[이택희의 맛따라기]자연산 돔, 갯장어, 갈치조림+돌게장 … 여수 당일여행 삼시 세끼

생활정보

[이택희의 맛따라기]자연산 돔, 갯장어, 갈치조림+돌게장 … 여수 당일여행 삼시 세끼

파워대장 0 712 2019.10.19 21:19

 자연산 활어 벵에돔을 마쓰카와 처리해 뜬 회가 3단 부챗살을 펼치듯 차려져 나왔다. 마쓰카와(まつかわ; 松皮)는 포 뜬 돔의 껍질에 끓는 물을 붓고 얼른 얼음물에 담갔다 건져 회를 뜨는 방식이다. 우리말로는 마땅한 대응어가 없다. 여수 '어서오소'에서는 밥과 묵은지가 함께 나온다. 삼합으로 먹으니 맛이 아주 새로웠다. 양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다.

눈밝은 토박이가 추천하는 현지인 맛집 순례

지난달 22일(토) 여수에 가서 11시간 40분 동안 머물며 음식점 세 곳을 찾아다녔다. 남녘에 보리가 패기 시작하던 지난 5월 목포에서 맺은 ‘항구의 언약’을 갑자기 이행한 여행이다. 목포에서 판소리 적벽가 중 ‘조조 달아나는 대목’을 아주 흥겹게 불러준 최정삼(60) 선생과 헤어질 때 여수에서 재회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반쯤은 인사치레려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몇 차례 우회적으로 통첩이 왔다.

 여수엑스포역 승강장. 이곳이 전라선 철도의 종단점이다.

가기 전에 일정과 음식에 대한 의견 교환이 몇 차례나 있었다. 최 선생은 1985년부터 여수에 사는 현직 국어교사다. 서울 나그네를 맞으려 현지 전문가들에게 수소문해 여수 일대의 맛있는 음식점들을 두루 톺아서 정수를 뽑아 놓았다. 숨은 맛집을 가장 많이 알려준 분은 서각 작가인 철우(鐵牛) 곽금원(62·국가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 이수자) 선생이다. 우리 일정에 시종 동행하기까지 했다. 그분은 갯장어의 섬 경도에서 태어나 내리 여수에 사는 토박이다.

 여수엑스포역 앞 바다에 보이는 섬이 동백으로 유명한 오동도다. 역 광장에 많이 심어놓은 동백나무에 열매가 과일처럼 달려있다.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조율을 거쳐 정선(精選)한 음식점 13곳을 먼저 밝힌다. 그 가운데 삼시 세끼를 먹은 3곳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하겠다.

▷갯장어: 풍경횟집(여수시 대경도4길 41/전화 061-666-7766) 요리 전문
▷갈치조림과 돌게장 정식: 청정게장촌(여수시 봉산남4길 23-32/전화 061-643-7855) 
▷갈치조림과 선어 회·구이: 홍가(여수시 봉산남1길 25/전화 061-642-9991) 
▷낚시로 잡은 갈치 세트·조림: 어부촌횟집(여수시 돌산읍 계동해안길 84-4/전화 061-644-4747) 
▷자연산 돔 활어회: 이리오소(여수시 화산2길 2-1/061-643-1464) ※하루 전 예약, 저녁만 가능 
▷해산물 정식: 해미락(여수시 성산4길 6/전화 061-691-1745) ※8월 말까지 일시 휴업. 하루 전 예약, 저녁만 가능
▷자연산 선어회와 전통방식 생선구이·찜: 창원식당(여수시 동문로 10-1/전화 061-662-3071) 
▷(붕)장어 구이·탕: ①산골산장어(여수시 봉산1로 24/전화 061-642-3455) ②갯마을장어집(여수시 봉산남4길 17/전화 061-643-2477) ③상아식당(여수시 어항단지로 21/전화 061-643-7840) ④자매식당(여수시 어항단지로 21/전화 061-641-3992) 
▷서대회: ①개도집(여수시 남산북6길 5/전화 061-666-1381) ②삼학집(여수시 이순신광장로 200-3/전화 061-662-0261)

첫 끼, 봉산동 ‘청정게장촌’ 갈치조림+돌게장 정식 
돌산대교 북단과 이어지는 봉산동의 봉산남2길, 3길을 이곳 사람들은 ‘게장 골목’이라고 부른다. 돌게장 정식을 파는 음식점이 10곳쯤 밀집해 있다. 청정게장촌에는 갈치조림과 돌게장을 함께 주는 ‘갈치조림정식(1만6000원)’과 갈치조림만 빠지는 게장백반정식(1만원/혼자는 1만2000원)이 있다. 게장 리필은 1회만 가능하다. 반찬은 간장·양념게장을 포함해 17찬이 차려진다. 

 여수 봉산동 '게장 골목'에 있는 청정게장촌의 갈치조림정식 상차림. 갈치조림을 시키면 간장·양념게장도 함께 나온다. 이런 방식은 여기서 이 집이 처음이다. 그래서 간판에 '원조 갈치조림'이라고 쓰고 있다. 갈치조림을 제외하고 17찬이 상에 올라왔다. 갈치조림 3인분과 게장정식 2인분이다.

최 선생은 문자메시지로 “잘 아는 분에게 물어보니 이 식당이 품질이 여수 제일이라 한다. 갈치조림과 게장백반을 함께 묶어 메뉴로 내놓는데 일품이라고 했다”고 미리 알려줬다. 철우 선생은 “부부가 운영하는데 광주가 고향인 남편이 손죽도에서 전투경찰 근무할 때 부인을 만났다. 손죽도 여성들이 생활력 강하고 음식 솜씨가 좋다. 거문군도 일대가 음식이 발달했다”며 현지인만 알 수 있는 심도 있는 정보를 알려줬다. 손죽도는 고흥군 나로도와 가깝지만 행정구역은 여수시 삼산면에 속한다.

오전 10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자리가 절반은 차 있었다. 주문을 하니 바로 상이 차려졌다. 차림은 돌게로 담근 간장게장·양념게장과 젓갈 4종(갈치속·멍게·낙지·굴) 외에 피조개숙회·갓물김치·갓김치·배추김치·쏙(딱새우)장·고춧잎무침·건파래무침·게국·김·고구마줄기무침·잔멸치땅콩볶음, 17찬이 올라왔다. 하나같이 입에 감기는 맛이다. 시늉으로 자리 차지한 접시는 하나도 없었다. 잠시 후 갈치조림이 나왔다.

 '게장 골목'을 만들어준 음식이자 청정게장촌의 대표메뉴인 간장돌게장.
 돌게는 민꽃게를 말하는 생활어다. 돌게를 맵게 무친 양념게장.

정광조(56)·박현숙(51)씨 부부는 2011년 이 음식점을 열었다. 그 전에는 김치 집을 5년간 했다. 각종 김치를 담가서 택배 판매하는 ‘해미네 김치’였다. 아내가 음식 솜씨가 있어 주위에 큰일이 생기면 늘 나서서 일을 했다. 거기서 재능을 발견했다. 식당을 열기 전 남편은 같은 건물 2층에 있던 목욕탕(청정해수탕)을 임대해 먼저 운영하고 있었다. 회사도 다니고 당구장도 하다가 목욕탕을 하던 남편은 이웃 황소식당이 몰고 온 ‘게장 골목’ 상권의 변화를 감지했다. 식당·목욕탕 겸업 2년 만에 부부는 건평 330㎡(100평) 4층 건물을 통째로 인수했다.

 지난달 22일, 이날 따라 주방장이 몸이 아파 결근하는 바람에 '오너셰프' 박현숙씨가 조리장으로 직접 나섰다. 남편 정광조씨는 "우리 집 음식의 비법은 모두 아내의 손맛"이라고 자랑했다.
 주방 한쪽에서 연신 밥을 짓고, 갈치조림과 게국도 끓이고 있다.

음식은 모두 여주인이 한다. 한때 게장에 쓰는 게 산지와 위생 문제가 논란이 된 적 있지만 이 집은 식재료를 젓갈에 쓴 낙지 말고는 모두 국산만 사용한다. 돌게는 박하지라고도 불리는데 표준말로는 민꽃게다. 꽃게보다 작지만 껍데기가 단단하고 살도 더 여물다. 갯벌 바닥이나 바위 밑에 산다. 물이 빠진 바닷가 돌 밑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름이 돌게라는 얘기도 있다. 크고 강한 집게발로 고둥이나 조개 껍데기를 부수고 살을 빼 먹는다.

청정게장촌은 게장 골목 돌게장 음식점 중 연조가 네 번째라고 한다. 원조는 1990년대 중반 시작한 ‘황소식당’이다. 원래 게장은 백반의 반찬 중 하나였다. 손님들이 게장 추가를 하도 시켜서 주종목으로 바꿨다. 무한리필까지 해줘 손님을 끌었다.

 봉산동 '게장 골목'에서 청정게장촌이 처음 반찬으로 내기 시작한 '게 왕발 국'.
 여수 사람들이 '쏙'이라고 부르는 딱새우장. 알맹이를 고스란히 빼 먹는 요령은 현지인에게 배워야 한다.

경쟁이 심한 상권에서 청정게장촌은 색다른 방식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갈치조림을 주문하면 돌게장을 함께 주는 메뉴를 만들었다. 다른 집은 게장백반에 기본으로 나오는 조기탕이 호평을 받았는데 갈치조림에 조기탕을 낼 수 없어서 돌게 ‘왕발(큰 앞발)’ 떨어진 것을 모아뒀다가 호박·두부 넣고 된장 풀어 ‘게국’을 끓여줬다. 이게 소문이 나면서 이름을 알렸다. 반찬도 다른 집이 12~15찬 낼 때 17찬을 차렸다. 김치 집을 5년 했으니 반찬 솜씨는 남에게 뒤질 이유가 없었다.

정씨는 ”사실 여수 사람들은 게장 별로 안 좋아한다. 갈치조림을 더 좋아한다. 갈치+게장 메뉴를 짰더니 외지손님 오면 여수 분들이 우리 집으로 많이 모시고 오더라. 갈치조림 먹으면 게장도 먹을 수 있으니까 여기 분들 입맛에 맞고 손님 대접도 잘할 수 있어 좋아하는 듯하다”고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 “이 골목이라고 게장 집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도태된 집도 여럿 있다. 현재 10곳이 있지만 잘되는 집은 네 곳 정도다. 우리 집 주방장을 빼다가 시작한 집도 있는데, 가서 먹어보니 모양은 똑같이 했지만 마지막 감칠맛은 못 냈더라. 그 맛은 아내의 손에서 나온다. 손맛이 비법이다. 누가 배워가거나 훔쳐갈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굴젓무침과 피조개찜.
 청정게장촌에서 포장판매도 하는 젓갈들. 왼쪽부터 낙지·멍게·갈치속젓.
 갓김치(왼쪽)와 배추김치.
 갓 물김치.

식당 좌석은 150석이다. 손님이 주말 하루 1000명, 평일 400명쯤 온다. 입장한 손님은 무엇이든 인원수만큼 주문해야 한다. 한 달 매출은 대략 계산해도 2억 이상이다.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주말 26명, 평일 17명이다. 게장·김치·젓갈 택배 판매와 해수목욕탕은 별도의 부업이다. 부부의 사업은 실패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주차장이 3곳이나 된다. 50대쯤 주차할 수 있다.

 청정게장촌에는 주말에는 하루 손님이 1000명 정도 온다고 한다. 인증사진 찍는 사람들을 위한 포토존까지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철우 선생은 “나는 게장골목 주인들과 다 잘 알아서 여기 오면 어디 들어갈 수가 없다. (※게장골목과 200m 거리에 있는 여수남초등학교가 그의 모교다.) 예전에는 여기가 바다였다. 내가 어려서 망둑어 잡고 놀았다. 매립해 시가지가 됐다. 요즘 지하수를 뽑으면 정화된 바닷물이 나온다. 그래서 동네에 해수목욕탕이 많다. 사장이 해수탕 하면서 식당도 열었는데 시운이 좋았다. 개업 1년 뒤인 2012년 여수엑스포 때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돈 많이 벌었다. 그때 먹어보니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엑스포 앞두고 여수시에서 억제해 음식값이 싸기도 했다. 2014년 12월 여수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된 후 음식값이 전반적으로 20~30% 올랐다”며 현지 전문가로서 시공을 아우르는 배경설명을 했다.

식당 옆에는 ‘땅게빵’을 파는 부스가 있다. ‘땅콩을 품은 돌게빵’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청정게장촌 바로 옆에서 팔고 있는 즉석과자는 '땅콩 품은 돌게빵'이라는 말을 줄인 '땅게빵'이다.
 게 모양 틀에서 구워낸 땅게빵.



둘째 끼, 배 타고 가는 경도 ‘풍경횟집’ 갯장어 요리 
여수의 여름은 갯장어의 계절이다. 이곳 사람들은 참장어라고 부른다. 더 익숙하기는 일본말 하모(はも)다. 갯장어가 잘 문다 하여 ‘깨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かむ)가 변한 말이라고 한다. 『자산어보』는 이름을 견아려(犬牙鱺)라고 썼다. 개이빨장어라는 뜻이다. 속명은 개장어(介長魚)라고 기록했다. 설명을 보면 “입은 돼지 같이 길고 이는 개처럼 고르지 못하다. 뼈가 아주 견고해 사람을 능히 물어 삼킨다. …뱀이 변한 물고기라고도 한다”라고 했다. 

이름이 일본어로 더 알려진 것은 100년 넘게 어획량 대부분이 일본에 팔렸기 때문이다. 1893년 일본에서 나온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에 따르면 경상도 도처에 서식하는데 사람들이 잘 잡지 않고, 또 잡더라도 뱀을 닮은 모양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여 일본인에게만 판매했다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요리 이름도 ‘데침회’라는 뜻의 일본말 유비끼(ゆびき)다.

 여수 국동항에서 경도를 왕래하는 페리. 배 두 대가 수시로 오간다. 500m 거리여서 10분이 채 안 걸린다. 요금은 들어갈 때 2000원을 내면 나올 때는 받지 않는다.
 경도선착장에 내리면 '하모의 섬! 경도!' 여섯 글자가 손님을 격하게 반긴다.

여수에서도 갯장어의 본향은 경도다. 경도에서 갯장어 전문음식점 원조는 ‘경도회관’이다. 여기서 자라고 일을 배운 조성열(58)씨는 창업주의 외손이다. 그가 독립해 900m쯤 떨어진 곳에서 ‘풍경횟집’이라는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에는 개업일을 2008년 7월 11일로 표시했다. 

 경도선착장에서 900m쯤 떨어져 있는 풍경횟집. 미리 연락하면 선착장까지 차가 나온다. 시간이 있다면 걸어가길 권한다. 경치가 보상을 해준다.
 풍경횟집 바로 앞 풍경. 바다 건너 왼쪽부터 국동항, 남산, 돌산대교와 동산도. 대교 너머가 여수 구도심이다. 하얀 공처럼 떠있는 것은 '바다 펜션'이다. 한 가족이 들어가 묵을 수 있다. 풍경횟집 옆에 관리사무소가 있다.

최 선생은 이 집에 대해 “경도 토박이 부부가 경도 어부들이 잡아오는 하모를 잘 선별해 성의껏 준비해준다. 선착장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혼잡하지 않고 경관도 좋다. 연락하면 차가 나온다”고 미리 알려줬다.

경도는 대경도·소경도가 있다. 갯장어의 섬은 대경도를 말한다. 여수 국동항에서 경도선착장까지 0.5 km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섬 면적 2.32㎢(70만1800평), 해안선 길이는 11.7 km 이다. 전체 면적의 3분의 2 이상은 2015년 개장한 여수경도골프&리조트이 차지했다. 이름은 시대에 따라 서울(京)·고래(鯨)·거울(鏡)을 뜻하는 ‘경’자를 썼다. 1910년부터 거울 경(鏡)으로 쓰고 있다. 여수 높은 곳에서 보면 섬 모양이 수면 위로 솟구치는 고래를 닮았다 하여 고래(鯨)섬으로 부르기도 했다. 풍경횟집은 고래가 입을 벌린 형상 중 입천장 위치에 자리잡았다. 바로 앞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멀리 여수 구도심과 돌산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엔 에스키모 이글루 같은 하얀 돔이 바다에 떠있다. 바다 펜션이다. 풍경횟집 옆에 관리사무소가 있다.

 풍경횟집 앞마당에 있는 커다란 수조에는 싱싱한 갯장어 수백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갯장어는 대부분 주낙으로 잡는다. 잡히면 바늘을 빼지 않고 낚싯줄을 끊어 수조로 옮긴다. 바늘 빼려다 물리면 손가락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 이끌어준 서각 작가 철우 곽금원 선생이 낚싯줄을 물고 다니는 갯장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경도에서 나고 자랐고 여수에 살고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커다란 수조가 먼저 보인다. 들여다보니 갯장어 수백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가끔 입에 실을 물고 있는 놈이 보인다. 낚싯줄이다. 갯장어는 주낙으로 잡는데 낚시바늘을 빼지 않고 줄을 잘라 수조에 넣는다.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워 물리면 손가락이 잘리는 경우도 있다. 먹이를 깊이 삼켜서 빼려면 위험하기 때문에 바늘을 빼지 않고 줄을 자른 것이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아 그걸 먹을 수 있게 칼질하는데 요리의 성패가 달렸다. 풍경횟집 주인 조성열씨가 데침회로 나갈 갯장어에 촘촘하게 칼집을 내고 있다. 갯장어 요리의 본가 격으로 알려진 '경도회관' 창업주의 외손인 그는 갯장어를 다룬 지 40년이 넘었다. 방송에도 나가 '갯장어 손질의 달인' 인증도 받았다.
 칼질을 마치 갯장어 몸통. 잔가시는 잘리되 껍질은 상하지 않게 칼질 깊이를 맞춰야 한다.

바로 옆 건물 안을 들여다보니 주인 조씨가 열심히 칼질을 하고 있다. 우리가 먹을 데침회 갯장어를 손질하는 중이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다. 한국 사람들이 예전에 잘 먹지 않은 이유가 뱀을 닮아서라기보다 잔가시를 처리할 줄 몰라서 그랬을 가능성이 더 크다. 민물장어는 이름부터 뱀장어이지만 없어서 못 먹을 지경 아닌가. 잔가시를 아주 짧게 절단해 씹을 때 걸리지 않게 하는 게 갯장어 요리의 핵심이다. 등뼈를 발라내고 살에 X자 모양으로 촘촘하게 칼질을 해야 한다. 이때 껍질까지 칼이 들어가면 안 된다. 조씨는 방송에 나가 인정받은 ‘칼질의 달인’이다. 

 갯장어 등뼈를 발라내고 포를 떠놓은 상태.
 갯장어 음식은 마리 수보다 무게를 기준으로 한다. 머리·내장·등뼈·지느러미 제거하면 무게가 반쯤으로 줄어든다.
 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갯장어 데침회 한 도마(9만원). 2~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갯장어는 5월 5일부터 잡기 시작한다. 갈수록 일러지고 있다. 5~6월에는 뼈는 연하지만 기름이 덜 차 맛이 싱겁다. 8월 여름방학 때가 가장 맛있다. 9월에는 기름기가 올라 살은 더 맛있지만 뼈가 억세져 손질이 어렵다. 여수 사람들은 9월에 더 많이 먹는다. 11월까지도 먹는다. 데침회는 큰 갯장어로 해야 맛있다. 일본에서도 한 마리에 500~700g 크기를 선호한다. 700g이 최상품이다. 그보다 크면 뼈가 단단해 싸고, 작으면 맛이 싱겁다고 싸다. 

 뜰채로 건져 올린 갯장어 눈매가 매섭다. 애호가들이 이 정도 크기(500~700g)를 가장 선호한다.

상차림이 재미있다. 자두·바람떡·고구마·옥수수와 꼬투리째 삶은 강낭콩, 문어·멍게·구슬골뱅이·딱새우·양파전·방풍장아찌·파김치와 씻은 묵은지가 올라왔다. 앞 4가지는 정말 생소한 것들이다. 여수에는 다른 음식점도 밥상에 떡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궁금해하자 경도가 고향인 철우 선생은 “있는 것 다 차리는 잔칫상 개념이 아닐까 싶다. 잔칫상의 기본이 떡과 과일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풍경횟집의 갯장어 데침회 상차림. 자두·바람떡·고구마·옥수수도 올라와 의아했다. 여수에는 정식 상에 떡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갯장어를 데칠 국물에는 갯장어 뼈와 채소를 달인 물에 인삼·생강·대추·무·양파·파프리카를 넣었다.
 갯장어를 데칠 국물이 끓고 있다. 부추와 팽이버섯을 데치기 시작했다.

손질한 갯장어와 데칠 국물이 나왔다. 냄비에 파프리카 2쪽, 대추 3개, 생강·인삼·무·양파·새송이를 조금씩 넣고 갯장어 뼈와 채소 우린 물을 부었다. 데친 갯장어와 곁들여 먹도록 부추·팽이버섯·상추·깻잎·풋고추와 4절한 생 양파가 나왔다. 소스는 양념을 한 간장과 된장이다. 

 갯장어의 잔가시가 먹다가 걸리지 않도록 촘촘하게 칼질을 한 살을 끓는 국물에 데치자 한 송이 꽃이 피든 결이 벌어졌다.
 갯장어를 데쳐 먹고 남은 국물에 죽을 끓이기 위해 나온 생쌀. 불려서 살짝 갈았다. 음식점에서 생쌀로 즉석 죽을 쑤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죽에 넣을 채소와 땅콩가루. 다진 마늘도 보인다.

갯장어 데침회를 먹는 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데치는 시간이다. 각자 먹을 것을 한 점씩 데치는데, 살 두께에 따라 5~7초가 적당하다. 너무 익으면 고기가 부스러지고 맛이 떨어진다. 그리고 껍질 쪽이 먼저 물에 잠기도록 데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적당히 익으면 촘촘히 칼질한 결들이 벌어지면서 살이 한 송이 하얀 꽃송이처럼 피어난다. 철우 선생은 “부추 대여섯 가닥을 가만히 물에 담그고 그 위에 갯장어 살을 껍질이 아래로 가도록 살짝 올려놓으면 살이 말리면서 부추를 감는다. 그때 들어내서 소스에 찍어 먹든지 양파를 한 겹 벗겨 데침회 올리고 된장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먹는 방법을 알려줬다. 다 먹고 남은 국물에는 라면 사리를 삶아 먹거나 죽을 주문할 수도 있다. 죽을 시키니 불려 살짝 간 생쌀과 땅콩가루, 다진 파·마늘·당근이 나왔다. 생쌀로 즉석에서 죽을 끓이는 것도 전에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잔가시가 먹다가 걸리지 않도록 가늘게 채를 친 갯장어 회.
 갯장어 회는 생 양파에 풋고추·마늘 곁들이고 된장 찍어 먹으면 좋다고 현지인은 권했다.

중간에 갯장어 회도 먹었다. 가늘게 채를 친 회는 상추와 깻잎에 싸서 먹어도 물먹은 스폰지를 쥘 때처럼 고소함이 물씬거렸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하모, 하모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값은 2~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데침회 9만원, 회 7만원. 

 풍경횟집에서 제작해 게시한 갯장어 설명문. 여수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대로 '참장어'라 표기한 것도 눈에 띄지만 갯장어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 지식이 잘 정리돼있다.

젊어서 시모노세키(下關) 어시장으로 갯장어를 수출하는 매형의 배 대영호(50t급) 선원으로 일본을 오가기도 했다는 철우 선생의 기억에 따르면 여수에서 갯장어 수출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성행하다가 1990년 무렵부터 줄어들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사람들도 이제 그 맛을 알아 일본 시세가 한국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까지 한국사람은 갯장어 먹지도 못했다. 일본에 싣고 갔는데 죽은 것(뱃사람들은 ‘아가리됐다’고 했다)은 가지고 돌아와 여수 중앙동 음식점에 가지고 가서 회 만들어 먹고 유비키 해 먹고 했다. 주인에게 국물에 이거 이거 넣어라 다 알려줘 가면서 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 갯장어 횟집이 여수에 처음 생겼다. 최 선생은 “1985년부터 여수에 살았는데 2005~6년에야 갯장어를 처음 먹었다”고 말했다.

철우 선생에게 갯장어에 관해 아주 많은 얘기를 들었으나 기사가 너무 길어져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겠다. 다만, 먹는 얘기 하는 자리이니 젓갈 얘기 하나는 소개한다.

갯장어를 일본으로 많이 수출하던 시기에 여수 일대에서 잡히는 전어는 이깝(‘미끼’의 방언)으로 다 들어갔다. 갯장어 철이 끝나야 전어가 시장에 나왔다. 그 시절 여자만을 끼고 있는 감도마을(여수시 화양면 이천리) 배는 거의 전어 배였는데 갯장어잡이 배의 이깝 공급선 역할을 했다. 전어를 세 토막으로 잘라 갯장어 주낙 바늘에 꿴다. 이때 전어밤(강낭콩만 한 위)이 나온다. 뱃사람들은 그걸 모아 배에 굴러다니던 소주 됫병에 담고 소금 한 줌 뿌려둔다. 일이 끝나면 한 병씩 나눠 들고 집에 가지고 가 두어 달 삭힌다. 익으면 고춧가루에 버무린 다음 마늘과 매운 고추 숭숭 썰어 넣고 통깨 흩뿌려 무치면 맛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그는 ”전어밤젓은 갯장어잡이 배에서 만든 것보다 맛있는 걸 지금껏 보지 못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셋째 끼, 낚시광의 횟집 ‘이리오소’ 자연산 돔 회 
간판을 보면 일단 웃음부터 나오는 집이다. ‘이리오소’ 앞에 긴 설명이 붙어있다. ‘술 한잔 생각날 때 친구와 함께’라고. 이 말로만 보면 주인은 사람을 꽤나 좋아하는 성향으로 보인다. 

 간판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상호가 길다. '술 한잔 생각나면 친구와 함께 이리오소'.

그뿐이 아니다. 독특한 상호처럼 음식도 개성 있다. 자연산 활어 돔 4가지(벵에돔·돌돔·감성돔·참돔)만 취급한다. 끓는 물을 부어 껍질을 살짝 익히는 마쓰카와(まつかわ; 松皮) 방식으로 회를 뜬다. 짧은 시간 가열하고 얼음물에 빠르게 식히면 표면적이 줄어들면서 비늘이 박혔던 자리가 응축돼 소나무 껍질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 회를 블로거들은 흔히 ‘껍닥도미’라고 한다. 마땅한 우리말이 없어 일본말 그대로 쓴다.

생선은 껍질과 살 사이에 맛있는 지방층이 있다. 그 부분을 가열하면 지방이 녹았다가 잠시 얼음물에 넣으면 녹은 상태에서 응결한다. 그렇게 하면 회로 먹었을 때 고소한 맛이 훨씬 진해지고 껍질의 독특한 식감도 즐길 수 있다. 또 일본사람들은 돔을 아주 귀하게 여겨 껍질까지 버리지 않고 먹으려고 그런 조리법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10년간 요리를 배운 여의도 ‘쿠마’의 김민성 오너셰프의 설명이다.

 음식은 간결하다 4가지 돔만 취급한다. 자연산 활어만 쓰기 때문에 손님이 지정할 수도 없다. 그날 고기가 잡히는 대로 먹어야 한다. 값도 모두 '싯가'라고 씌어 있어 공포감을 주지만 회 값만 1인 3~4만원 꼴로 잡으면 된다. 예약 손님만 받는다.

낮에는 장을 보고 오후 4시30분부터 저녁만 한다. 하루 전에 예약한 손님만 받는다. 재료 준비 때문이다. 가격표는 ‘공포감’을 준다. 주방 앞에 걸린 현수막에 4가지 돔 이름을 쓰고 그 아래 대·중·소 표시하고 모두 ‘싯가’라고 적어놨다. 내막을 물으니 한상차림으로 나가는데 기본이 4인 기준 중 12만원, 1명 추가하면 대 15만원, 2~3인일 때는 소 10만원이라고 한다. 

 곁들이 음식으로 나온 참고둥. 깊은 바다에서 잡아야 굵은데, 이 정도면 굵은 편에 속한다.
 참고둥은 다른 고둥들보다 속살이 온전하게 잘 빠졌다.
 바지락조개를 데쳐서 간장양념을 했다. 꼬막을 이렇게 하는 건 흔하지만 바지락은 생소하다.
 말린 홍합 살을 풋고추 넣고 조렸다.
 전어초무침. 전어는 가을에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해안에서는 7월부터 전어 철이다.
 돔 고기로 만든 물회.

주방장 겸 주인 김상기씨는 벌교 출신으로 낚시광이다. 생선 보고 고르는 안목이야 물을 게 없다. 곁들이 음식은 여수 화양면 출신인 아내가 한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7시 30분에 도착하니 회를 준비하는 동안 먹을 수 있도록 곁들이 음식 상이 차려져 있었다. 커다란 참고둥(깊은 바다 것일수록 굵다), 뻘소라, 양념간장 친 바지락, 멍게, 해삼, 관자버터구이, 건홍합조림, 문어, 새우, 건붕장어조림과 돔 물회까지 11가지가 올라왔다. 모두가 맛있다. 오전 11시 첫 끼, 오후 3시 둘째 끼를 먹어 시장하지는 않았는데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벵에돔 회는 4인 상에 모두 48점이 나왔다. 부챗살이 펴지듯 회를 담아 눈으로 먼저 맛이 들어왔다.
 초밥을 쥐듯 엄지손가락만 하게 뭉친 밥에는 참깨가 섞였고 참기름도 들어간 듯했다.
 회·밥과 삼합으로 먹도록 내준 묵은지. 싱싱한 생선이 많이 들어가 잘 삭은 맛이 났다. 삼합으로 먹으니 회의 고소함이 극대화 됐다.

예약한 벵에돔 마스가와회가 나왔다. 플레이팅도 유별나다. 4인용 48점의 회를 껍질부분이 위로 가도록 해서 3단 부챗살처럼 가지런히 펼쳐놨다. 꽃 같기도 하고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듯도 하다. 참깨와 기름을 쳐 엄지손가락 크기로 쥔 쌀밥과 묵은지가 함께 나왔다. 회·밥을 묵은지에 싸서 먹으라고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삼치회를 밥과 함께 김에 싸서 초된장 찍어 먹었을 때의 새로움 그 이상의 맛이었다. 자연산 활어 벵에돔 마스가와회에 묵은지와 밥이라니. 먹는 동안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밥·묵은지는 별매품으로 1인당 1000원을 받는다.

 회를 뜨고 남은 자연산 뱅에돔 활어의 서덜로 끓인 맑은 탕. 싱싱한 생선 굵은 뼈의 깊은 맛, 고급스러운 고소함을 경험했다.

마무리는 벵어돔 서덜로 끓인 맑은 국이었다. 생선 뼈의 깊은 맛이 우러나도록 달인 뒤에 깻잎 네댓 장, 손가락 길이로 토막 친 대파 한 줌과 풋고추 좀 넣어 한소끔 끓인 듯했다. 뽀얀 국물은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기름졌다. 서울에서 새벽에 집을 나서 15시간째 계속 움직이는 몸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주는 듯했다. 싱싱한 생선 맛의 원점을 경험한 느낌이 들었다. 

식탁은 모두 좌식이다. 작은 방에 5개쯤 있는 듯 보였다.

철학자에게 기댈 수 있는 [이택희의것은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바로 다른 철학자의 말을 광안리출장안마반박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사가 짜증나게 해" 삼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누구나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열심히 삼시사는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 최고인 똑순이 누나, 나의 누이야! 가정을 부디 당신의 본업으로 삼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가정이야말로 모든 당일여행사람이 지상에서 할 수원휴게텔수 있는 최대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욕망이 충족될수록 더 큰 욕망을 갖는 유일한 맛따라기]자연산동물이며,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유일한 동물이다. 송파립카페 그리고 정말 누구의 마음에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변화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먼저 굽은 길을 돌며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잠실휴게텔하고 빈둥거리며 무엇이 잘못되었나 하는 깨닫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새로운 당일여행공존의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는 법이다. 다음 부턴 갈치조림+돌게장옆에 있으면서 위로의 말정도는 해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갈치조림+돌게장사상출장마사지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늘 남달라야 한다.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맛따라기]자연산믿음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결국, 인간이 열망해야 할 유일한 권력은 스스로에게 [이택희의소액결제현금화수수료행사하는 권력이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이택희의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택희의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들은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면서, 그 때 일이 달랐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너와 나의 삼시경계가 사라져 그 따스한 사랑 안에 머물게 하소서. 최악은 죽음이 아니다. 죽기를 소원함에도 죽지 못하는 맛따라기]자연산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돔,것은 우리를 미래로 이끄는데, 이는 꿈이라 불린다. 친구들과 삼시쌀을 모아 요즈음으로 말하면 불우이웃돕기를 했습니다. 온 세상이 암울한 어둠뿐일 때도 우리는 온 몸 던져 싸우거늘 여수희망이 있는 싸움은 진실로 행복하여라. 잠이 세끼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오직 침

Comments

Category
Facebook Twitter NaverBand